정부의 ‘방통차(철판을 용접해 적재함을 높이고, 유압기를 장착한 화물차)’ 단속에 따른 화물차 운행중단으로 악화됐던 경인지역 제강사의 철스크랩 수급상황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제강사 및 협력업체들이 정부의 단속으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상하겠다는 메시지를 화물차주들에게 전달하고, 덤프트럭과 일반 카고트럭 등 모든 운송수단을 총동원해 물량확보에 나선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입고량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급상황 개선을 제강사의 임시방편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는 업계는 향후 사태악화 재연을 우려하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불법 구조변경 화물차에 대한 단속으로 급감했던 제강사의 철스크랩 입고량은 거의 평소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차 단속이 시작된 지난 12일 평소의 20%를 조금 넘는 1천700t의 철스크랩이 입고돼 수급에 비상이 걸렸던 현대제철(인천공장)은 13일과 14일 3천t대의 철스크랩이 입고된 데 이어 15일 5천t대, 16일 7천t대 등 시간이 갈수록 입고량이 증가했다.

특히, 토요일인 지난 17일 1만t 가량이 입고된 데 이어 일요일인 18일에도 4~5천t의 철스크랩이 입고되는 등 수급상황이 상당히 호전됐다. 18일 입고량은 평소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지난 12일 1천t에도 미치지 못했던 동국제강(인천공장)의 입고량도 시간이 갈수록 증가, 현재는 평소의 70~80%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의 불법 구조물 변경에 대한 단속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고량이 증가한 이유는 제강사 및 협력업체들이 사태 진화를 위해 적극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의 경우 정부의 단속으로 화물차들이 운행을 중단하자 고위 관계자가 나서 단속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입고시간을 24시간 체제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집게차와 덤프트럭, 일반 카고차 등 그동안 철스크랩 운송에 사용되지 않던 화물차를 적극 활용해 철스크랩 수급에 나서고 있으며, 이물질 문제로 입고를 받지 않던 압축 스크랩까지 입고를 받고 있다.

납품단가 상승도 입고량 증가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15일 입고분부터 인천과 당진공장의 철스크랩 구매가격을 t당 5천~1만5천원으로 인상한 바 있으며, 특정업체 또는 특정물량에 대해서는 그 이상의 가격에도 구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제강사의 철스크랩 수급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또 다시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어 업계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건교부가 다음달에도 방통차에 대한 단속을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데다 일부 화물차들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앞으로도 운행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협력업체인 A사 관계자는 “현재 수급상황이 개선된 것은 제강사들의 임시방편에 따른 것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면서 “당장 내일(20일)부터 운송을 하지 않겠다는 차주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방통차 운전기사인 B씨는 "적재함을 높인 방통차를 합법적인 구조변경 대상에 포함시키는 제도개선을 정부가 약속하고, 그 이전까지 단속을 유예하는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운행을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날 인천지역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관련기관에 제보하기 위해 방통차 사진을 찍고 다닌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화물차주들이 또다시 운행중단 움직임을 보이는 등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