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동북아 물류허브 구상'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다.
하나는 인천국제공항과 부산·광양항의 우수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환적물동량을 유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물류전문기업을 육성하여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증대하는 것이다.
환적물동량 유치 통한 허브화의
위기
환적 물동량 유치 전략은 “차이나 이펙트(china effect)”라 불리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급증하는 물동량을
우리 공항과 항만으로 유치하는 방안이다. 2006년 인천국제공항은 234만톤의 국제항공화물을 처리하고, 48%의 아시아 최고수준 환적율을
기록함으로써 어느 정도 허브공항에 근접하고 있다. 부산항도 2006년 12백만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면서 3년째 세계5위의 컨테이너 항만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 공·항만의 위상은 각계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최근 들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중국이 자국에서 발생하는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2005년 개장한 상해 양산항이 연 20% 이상의 물동량 증가율을
보이면서, 상해항은 총물동량 기준 세계 1위, 컨테이너 처리실적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산동성과 발해만권의 공항과 항만
물류시설도 대폭 확충하고 있다.
물류허브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환적율을 살펴보면, 부산항의
환적물동량 증가율은 지난 2001년 23%에서 2006년에는 0.6%의 수준으로 급격히 낮아지고 있고, 인천국제공항의 경우에도 2002년
43%에서 2006년 18%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다. 인천공항 환적율 증가율은 2003년 8.6%, 2005년 △3.6%를 기록하는 등
등락(騰落)이 심하여 향후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장미빛 기대를 어렵게 하고 있다.
허브화 열쇠, 물동량 쥔 물류기업에
있어
최근 물류는 21세기의 신성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의 물류산업은 단지 제조업을 지원하는 산업으로 인식되었으나, 이제는
독자적인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체되어 있는 물동량 증가율을 회복하고
동북아 물류허브의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방안도 물류기업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생산과 유통의 글로벌화에 따라 물류의 글로벌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소수의 유력한 글로벌 물류기업이 물동량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즉, 우리도 동북아 물동량을 좌우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물류기업을 육성하고, 유력한 글로벌 물류기업을 국내로 유치해야만 물동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경쟁력 있는
물류기업은 물류산업 자체의 부가가치를 높임으로써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 글로벌 물류기업이 제공하는 물류서비스는 단순한 수송, 보관 등에서
벗어나 가공, 조립, 포장, 상표부착, 정보처리 등 다양한 부가물류기능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그만큼 물류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물류산업 규모는 증가, 경쟁력 있는 기업은
부족
각국 기업의 생산과 유통시설은 BRICs를 비롯한 동유럽, 동남아 등지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국제물동량을 증가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조달, 생산, 유통구조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기업들이 앞다투어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을 도입하면서 물류분야에 대한 아웃소싱도 증가하고 있다. 즉, 글로벌 물류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는 글로벌 물류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부족한 서비스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완하기 위해 전략적 M&A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DHL, Danzas, Exel 등 세계적 물류기업들을 통합하여 단숨에 세계 2위의 물류기업으로 부상한 DPWN
(Deutsche Post World Net, 독일우정회사)은 그 좋은 예라 하겠다.
그러나, 우리 물류기업들은 아직까지 글로벌
물류기업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도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2000년 이후 물류업체 수는 연평균 5.5%
증가하여 2005년말 기준 16만5천 개로 늘어났으며, 업체당 매출액도 5.3% 증가하는 등 물류산업 전반의 규모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물류기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내 물류업체중 규모가 큰 기업은 해운업체로서
한진해운이 2005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물류기업 중 3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종합적인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전문기업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규모나 서비스 네트워크가 많이 뒤처져 있다.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M&A를 통해 규모를 키우는 반면, 국내
물류기업들은 적극적인 활로를 모색하지 못하면서 규모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5대 물류기업의 매출액과 세계 5대 물류기업의 매출액
비교자료를 보면, 그 비중이 2004년 13.4%에서 2005년에는 7.4%로 격차가 더욱 벌어져 있다. 해운업체를 제외한 물류전문기업 중 국내
최대 규모인 대한통운의 경우에도 세계 5대기업 평균매출액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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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물류기업과 국내 물류기업의 매출액
비교 |
물류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에서도 선진 물류기업들은 통합적인 물류솔루션을 통해 운송 및 창고서비스뿐만 아니라 전략관리까지
제공하며, 마케팅·통관 등 부가서비스, 기술적 컨설팅 등 30~40가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물류업체는 대부분 수송, 보관,
하역 등 기본적인 물류서비스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낙후된 자가물류 벗어나 제3자물류
키워내야
우리 물류기업이 세계적 물류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한 이유는 전통적인 지입제 기반의 영세성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주요한 원인은 자가물류 중심의 낙후된 물류시장 구조에 있다. 국내 물류시장은 물류전문기업을 활용하는 제3자물류보다는 제조·유통업체 등
화주기업들이 자체적인 물류시설을 갖추고 물류업무를 수행하거나 물류자회사를 설립하여 물류서비스를 제공받는 제2자물류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선진국에서 물류전문기업이 성장하게 된 계기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제조·유통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면서부터다. 원가절감을 위해
물류업무를 아웃소싱 하는 제3자물류, 즉 물류기업에 대한 시장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요확보를 위한 물류기업 간의 서비스 경쟁이 촉발되었기 때문이다.
물류기업의 서비스 경쟁력이 심화되면서 규모가 큰 물류기업이 출현하게 되고, 물류서비스의 향상이 이루어지면서 화주기업의 물류아웃소싱이 더욱
증가하게 되는 선순환(善循環) 구조가 물류기업 경쟁력 향상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물류기업을 통한 물류활동이 비용절감이나 물류처리시간 절감, 인력 및 자산운용의 탄력성 증가 등 화주기업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점이 이미 경험적으로 증명이 되고 있음에도 우리 물류시장은 아직까지 자가물류나 자회사물류가 중심이 되어 있다. 이는 화주기업의
물류에 대한 통제력 확보, 물류시설을 통한 부동산 투자효과, 회계처리의 장점 등 외부적 요인이 원가절감이라는 유인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국내서도 최근 제3자물류 점차
증가
최근 들어 우리 물류시장 구조도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화주기업의 물류아웃소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각계에서 제3자물류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한 홍보와 설명회가 지속되면서 제3자물류 활용비중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제3자물류 비중 조사자료를 보면, ‘02년만 해도 25.7%에 불과하던 제3자물류 비중이 작년에는 38.8%까지 증가하는 등 4년만에
13.1%p가 증가하였다.
그러나, 아직 국내의 제3자물류 시장은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 글로벌 물류기업의 진출이 거세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물류시장을 시장에만 맡겨두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류기업 육성의 디딤돌, 종합물류기업
인증제
제3자물류 시장규모가 증가하면서 물류기업 육성을 위한 첫단추는 끼워진 셈이다. 그러나 제3자물류로 전환하지 않은 화주기업의 주된
이유가 믿고 맡길 수 있는 물류기업이 부족하다는 조사결과를 볼 때, 현재의 증가세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물류기업의 육성이 시급한
과제라 하겠다.
정부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물류기업을 키워나가기 위해 지난 2004년 8월 「물류전문기업 육성방안」을 발표하였다.
자가물류에 대한 지원축소 및 제3자물류 전환에 대한 지원을 통해 제3자물류 시장을 확대하고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를 도입하여 물류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이 대책의 중심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2005년 1월에 화물유통촉진법을 개정하여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를 도입토록 하고, 인증기준 및 인증심사
체계를 정비하여 2006년부터 인증제를 시행하였다. 2006년의 경우 국내 유수 물류기업을 포함하여 21개 업체를 인증하고, 경영전략 홍보대회를
개최하여 종합물류기업이 제공하는 첨단 물류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종합물류기업 인증이 우수 물류기업에 대한 기준으로
인식되면서 인증획득을 위한 물류기업의 노력도 증가하고 있다. 우선 물류기업간에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고, 실제 2006년에도 14개 기업체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인증을 획득하였다. 뿐만 아니라 물류기업들의 국내외 서비스 네트워크
확충, 물류시설 투자 및 전문인력 확보 등 노력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면서 인증제는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연착륙하고 있다.
하지만,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중소기업들이 인증제를 대기업을 위한 제도라고 보는 것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인증에 따른 혜택이 부족하다는 인증기업들의 불만이다.
M&A 지원 등 중소업체 사업환경
개선에도 노력
정부에서는 인증제를 도입하면서 중소물류업체에 부정적 영향이 없도록 경영환경 개선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중소물류업체간
M&A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지원센터를 설치(‘06.1)하고, 양도소득세 과세이연에 대한 특례를 도입하였다.
또한, 최근에는 중소물류업체의 시설투자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개발부담금과 대체초지조성비 등에 대한 감면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특히, 중소물류업체가 많은 화물운송시장에서는 대기업의 횡포를 줄이기 위해 불법 다단계 행위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어음지급 관행 등 부당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여 사업경영을 지원해 왔다.
정부의 종합물류기업 육성전략은 중소물류업체에 대한 차별 전략이 아니라 Win-Win 전략이며, 앞으로도 중소물류업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인증 종합물류기업의 불만은 당초 도입키로 하였던, 종합물류기업 이용 화주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방안의 도입이 미뤄지면서 혜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004년말 세제지원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일부
중소업체들이 반발하면서 개정되지 못한 바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업체 반발을 완화하면서 인증업체를 지원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왔으며,
관계부처 간에 전향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종합물류기업에 대해서는 유통물류합리화 자금 확대지원, 전문연구인력 병역특례,
첨단기술 및 제품 범위에 포함됨에 따른 혜택 등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수출입 물류에 대한 통관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관세사법」개정안이 작년말 국회에 제출되어 있으며, 물류단지 등 거점물류시설에 대한 입주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논의 중에 있다.
앞으로 정부에서는 종합물류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도록 각종 육성책을 강구하고 인증기준도 글로벌 수준에 맞게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글로벌 물류기업과 우리 종합물류기업 간에 현저한 격차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정부와 물류기업간의 노력이 더해지면
그 격차는 점차 해소될 것이다.
현재의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2010년경 우리 물류시장은 제3자물류 활용 비중이 50%
수준에 이르게 되어 선진 물류시장 구조에 근접하게 될 전망이며, 인증 종합물류기업들은 일본이나 싱가폴 등의 유수 물류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아시아권의 대표적 물류기업들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국정브리핑, 2007.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