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에서 공지드립니다.

선진화제도 한국서만 시행 사업자 경영 불편만 초래

관리자
  • 작성일시 : 2016-07-22 오후 2:53:38
  • 조회 : 24504

      [사회] 위기의 하물운송업 (下)

‘화물차선진화제도’ 중소업체엔 ‘애물단지’

“선진화제도, 한국서만 시행… 사업자 경영 불편만 초래”

부정기적 운행 업계 특성 무시
최소 물량 확보위해 덤핑경쟁
대형업체의 하청 전락 불가피
비현실적 제도 폐지 요구 늘어


울산광역시 중견 화물기업 S사는 소속 차량 50대로 그동안 에너지 기업 A사와 계약을 맺고 물량을 운송해왔다. 그러나 최근 A사가 대형운송업체 C사와 낮은 가격으로 거래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A사가 S사 차량 대부분을 C사의 ‘장기용차(1년 이상 운송계약을 맺은 다른 운송사업자 소속 화물차)’로 사용하도록 요청한 것이다. 회사 경영을 위해 S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었고, 이전과 똑같이 차량운송을 했지만, 화주와 직접 계약하던 상황에서 이제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됐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S사는 정부의 ‘화물차선진화제도’ 규정을 이행하기가 어려워져 사업자 면허 취소 등의 처벌 위기에 놓이게 된다. 소속차량 대부분이 장기용차로 운영되면서 화물차선진화제도에서 정한 직접운송의무와 최소운송의무를 지키기 어려워진 탓이다. 

이처럼 정부의 화물차선진화제도가 중·소화물업계에는 오히려 애물단지로 작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화물업계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경기불황이 지속하면서 업계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업계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맞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22일 화물업계에 따르면 중소 화물업체 수는 국내 화물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의 매출액은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는 국내 화물시장이 화주 기업과 물류 자회사, 주선업·운송업·차주 등 복잡한 구조로 얽혀 있는 것에 기인한다. 정부의 직영화 유도에도 불구하고, 전국을 부정기적으로 운행하는 화물운송업의 특성상 차량 및 노무관리 한계 등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직영체제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 이유가 크다. 

또 야간운행이 잦은 화물운송업이 노동기본법의 하루 8시간 노동조건을 충족할 수 없는 상태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구조는 경기에 민감한 화물운송사업 특성상 거래 화주와 소송계약 해제가 상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장기물량 확보를 위한 불법 비자금 문제도 나타나고, 물량수주 경쟁으로 인한 운임하락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2008년 경유 가격 급등과 화물차 공급과잉에 따른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였다. 당시 정부는 다단계 근절과 화주와 운송 업체 간 직거래 활성화를 위한 ‘직접운송의무제’ 등을 마련했지만, 국회 입법과정에서 타 운송업체의 위·수탁차량인 장기용차도 직접운송으로 간주하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사실상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화물업계 관계자는 “장기용차만 있으면 직영차가 없어도 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가능한 대형운송업체들이 중소운송업체들의 물량을 가져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중소업체들도 그나마 최소실적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덤핑 등으로 경쟁이 심해지고, 이는 화물산업의 맨 밑바닥에 있는 차주들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직접운송의무, 최소운송의무 등의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이달 초까지 직접운송의무·최소운송의무 실적을 신고토록 했지만, 신고율이 50% 수준에 그쳤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신고하지 않으면 사업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음에도 신고하지 못하는 것은 신고할 실적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물류 전문가 제언

“화물선진화제도는 본래 취지가 많이 희석돼 버렸습니다. 이 제도는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하기 어려워 반드시 폐지 혹은 개선돼야 할 제도입니다.”

임종석 성결대 물류학과 교수는 22일 “직접·최소운송의무제도는 인위적인 제도이고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시행하는 제도”라며 “직접·최소운송비율도 과학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나온 비율에 업계 현실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반드시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적신고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임 교수는 “근본적으로 아무리 보안이 유지된다 해도, 기업이 경영데이터를 신고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것”이라며 “물동량을 알게 되면 동향을 파악해 정부정책에 도움이라도 될 텐데 금액으로 신고하게 돼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화물차는 운송과 보관을 한 번에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장과 달리 구분해서 신고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업계는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며 격앙돼 있다. 한영태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 전무는 “다단계를 줄이고 ‘지입제’를 개선한다는 제도 목적과 달리, 오히려 다단계를 늘리는 제도로 변질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영운송이 아닌 직접운송이라는 용어를 만들어서 장기용차도 직접운송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화물선진화제도는 시장에 접목할 수 없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실적신고제도의 신고주체를 차주가 아닌 사업체로 정한 것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 전무는 “개별 차량이 아닌 회사가 실적을 신고한다면 ‘교차 검사’가 안돼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며 “정부의 통계적 활용가치는 있을지 모르지만, 제도 도입 목적은 달성하지도 못하고 결국 사업자들의 경영 불편만 초래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운송의무제와 실적신고제들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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